천문연 나노위성 '도요샛' 이야기. (3)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천문연 나노위성 '도요샛' 이야기. (3)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 이재진 박사
  • 승인 2024.05.25 00:43
  • 조회수 138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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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편대비행 하며 우주날씨를 관측하는 나노위성 ‘도요샛’이 1주년을 맞았습니다. 지난해 5월 25일 누리호 3차 발사에 실려 우주로 간 이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금도 무사히 관측 수행 중이랍니다. 1주년을 기념해 도요샛을 탄생시킨 연구책임자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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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연 나노위성 '도요샛' 이야기. (1) '도요샛', 생일 축하해!

천문연 나노위성 '도요샛' 이야기. (2)도요샛, 나의 님

 

편대비행을 통한 우주날씨 관측이라는 높은 꿈을 안고 발사된 도요샛. 일반인들에게는 아무래도 편대비행이 신기한 것 같다. 전투기가 대형을 이루어 비행하듯 여러 대의 위성이 대형을 이루어 비행하는 편대비행. 우주에서 위성도 이런 게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이미 여러 위성이 우주에서 편대비행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들 위성은 대부분 덩치가 크다. 우주에서 추력기를 사용하여 각 위성이 원하는 대로 궤도를 바꿀 수 있으면 그게 편대 비행이 되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도요샛처럼 10kg 정도 되는 작은 위성으로 편대 비행한 경우는 필자가 아는 한 아직 없다. 

편대비행 하는 도요샛 가상도. 4기에 각각 가람, 나래, 다솔, 라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편대비행 하는 도요샛 가상도. 4기에 각각 가람, 나래, 다솔, 라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그럼 왜 도요샛처럼 작은 위성으로 편대비행을 하려는 것일까? 문제는 돈이다. 편대비행은 기본적으로 두 대 이상의 위성이 필요하다. 위성의 대수만큼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위성 개발비가 비싸면 편대비행에 참여할 수 있는 위성의 수도 제약을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도요샛처럼 작고 저렴한 위성으로 편대비행에 성공하면 수십, 수백 개의 위성을 조합하여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래봐야 중형위성 한 대 값도 안 된다.

 

첫 번째 편대 비행임무는 2호기 나래와 4호기 라온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비교적 간단한 동작이다. 나래가 조금 더 빨리 가고 라온이 천천히 이동하기 때문에 두 위성의 속도를 같게 맞춰야 한다. 쉽게 생각하면 빠른 나래의 속도를 줄이거나 느린 라온의 속도를 높여야 할 것 같지만, 우주에서는 반대다. 나래의 속도를 높여야 더 높이 올라가고, 높이 도는 위성이 더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위성의 속도가 같아진다.  

 

문제라면, 모르면 용감하다고, 아무도 큐브위성으로 편대비행을 시도하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솔직히 도요샛으로 편대비행을 하는 게 이렇게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 우선 추력기를 분사하니 위성이 빙그르 돌았다. 위성이 가벼우니 적은 추력으로도 중심을 잃고 회전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연료통의 온도가 예상보다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것도 어찌 해결하고 나니 밸브를 열 때의 순간 전류에 의해 추력기 전원이 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것 역시 해결하고 이제 추력을 제대로 분사하나 싶었으나 이번에는 위성이 위-아래는 잘 구별하지만 왼쪽 오른쪽을 잘 구분하지 못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환장할 노릇이다. 결국 위성에 왼쪽과 오른쪽 구별법을 알려주고 나니 시간은 목련이 피는 시절을 훌쩍 지나고 있었다. 

 

이제 곧 도요샛 발사 일주년이 다가오는데, 시행착오를 거치는 동안, 위성 간 속도는 줄기는커녕, 초당 2m에서 초당 5.5 m의 속도로 멀어지고 있었다. 초당 5.5 m의 속도가 얼마 안 돼 보이지만, 하루가 지나면 475km나 멀어진다. 그래도 도요샛이 의리는 지키는 녀석인가 보다. 결국, 우리의 노력을 저버리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의 추력을 발사한 5월 7일이 되어서야 두 위성은 같은 속도로 비행하게 되었다. 이 때 위성간 거리는 7,800km. 여기서 더 이상 멀어지지 않는다. 물론 위성 간격을 더 줄일 수도 늘릴 수도 있다. 이제 위성의 궤도를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든다. 지난 몇 달 동안 고생한 것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리고 혼자서 되뇌어 본다. 단언컨대, 이 작은 성공으로 우리는 새로운 위성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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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연 나노위성 '도요샛' 이야기. (4) 끝나지 않은 도전


필자 소개: 이재진 박사(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 도요샛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

중형과학로켓(1998), 우리별 3호(1999), 아리랑위성 1호(1999), 과학기술위성 1호(2003) 등 다수의 국내 인공위성 프로젝트에 참여해 우주날씨 관측 탑재체 개발. 한국천문연구원에 2007년 입사 후 우주날씨 관측 장비 개발과 모델을 개발하며 2017년부터 도요샛 개발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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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슴다 2024-05-27 17:29:19
애들도 박사님의 노력을 알았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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