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열대 지역 온도가 지구 평균온도에 비해 빠르게 상승하는 원리가 밝혀졌습니다. 연구진은 열대 온도 상승 원인을 밝히기 위해 열대와 아열대에서 발생한 온실 기체가 온도 상승에 기여하는 정도를 분리해서 접근했습니다. 기후모형 실험 결과 아열대 지역 이산화탄소는 같은 양의 열대 지역 이산화탄소보다 열대 해수면 온도를 40% 더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아열대 지역이 온실기체 증가로 온도가 상승하면 적도-아열대 간 온도차가 감소해 해들리 순환이 약화됨을 관찰했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 악셀 팀머만 단장 연구진은 아열대 지역에서 발생한 온실기체가 열대 지역 온도 상승을 부채질하는 효과가 있다는 걸 규명했습니다. 지구 온난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지역들이 주고 받는 영향을 분석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온난화의 지여 불균형 연구를 한 단계 발전시켰습니다. 해당 연구는 <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됐습니다.
열대 지역의 온도는 왜 더 상승한 걸까
대기 중에 배출된 온실기체로 지구의 평균온도가 증가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마다 상승 정도에는 차이가 있는데요. 지난 50년간 전 지구의 평균 해수면 온도가 0.55도 상승할 동안 동태평양을 제외한 열대 지역 온도는 0.71도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열대 지역이 지구 나머지 부분과 다른 온도 상승을 보이는 이유는 베일에 싸여 있었습니다.
열대 해수면 온도 상승은 엘리뇨 현상 촉진을 비롯해 날씨와 강우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기후과학자들의 주요 관심사였습니다. 열대 지역은 해들리(hadley) 순환이라는 대규모 대기 순환을 통해 아열대 지역과 영향을 주고 받는데요.
먼저 열대 지역의 고온 다습한 공기가 수렴·상승해 남북으로 이동하다가 에너지를 잃고 아열대에 하강하면서 상층부의 차가운 공기를 지표면으로 나릅니다. 이후 무역풍이 차가운 아열대 공기를 다시 열대 지역으로 수송합니다. 이 과정에서 열대 바다 깊은 곳에 있던 차가운 해수를 위로 끌어올리는 용승이 일어납니다.
- 엘니뇨
페루와 에콰도르 해안을 따라 동적도 태평양 지역에서 때때로 발생하는 해수면 온도 증가를 말합니다. 4∼5년 순환주기를 가지고 있으며 종종 12∼18달 동안 지속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해들리 순환(hadley circulation)
적도에서 북위 또는 남위 30° 부근 사이, 전지구 규모의 남-북 방향 대기 순환.
- 무역풍
아열대지방의 바람으로 중위도 고압대에서 적도저압대로 부는 바람입니다. 자전 때문에 동쪽으로 방향이 쏠립니다. 대륙보다 해상에서 뚜렷하게 볼 수 있습니다. 비교적 일정한 바람이 불며, 아열대 해상에서 불기 때문에 고온다습합니다.
- 용승
표층에서의 해수의 발산. 적도에서는 무역풍이 해수를 밀면서 용승이 일어납니다. 용승 현상이 뚜렷할 때는 중앙 대서양과 태평양 적도 상의 해수면 온도가 적도에서 160 km 떨어진 지점보다 약 2 ℃ 까지 낮아집니다.
열대 vs 아열대
연구진은 열대 온도 상승 원인을 밝히기 위해 열대와 아열대에서 발생한 온실 기체가 온도 상승에 기여하는 정도를 분리해서 접근했습니다. 기후모형으로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발생했을 경우를 각각 실험하고 대기 및 해양순환 과정을 면밀히 분석했습니다.
- 기후모형
전지구 대륙과 해양을 격자로 분할하여 각 기후를 대표하는 기온, 수증기, 바람 등의 시간변화를 산출하고 대기순환과 해양순환을 결합시킨 모형. 수십 년 동안의 대기·해양 간 상호작용, 구름과 방사 등을 계산해 기후를 재현합니다.
기후 모형 실험 결과, 아열대 지역 이산화탄소는 같은 양의 열대 지역 이산화탄소보다 열대 해수면 온도를 40% 더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아열대 지역이 온실기체 증가로 온도가 상승하면 적도-아열대간 온도차가 감소해 해들리 순환이 약화됨을 관찰했습니다.
이에 따라 무역풍과 용승 현상이 줄어들어 열대 해수면 온도가 증가했습니다. 동시에 무역풍이 열대 지역으로 수송하던 수증기량 또한 감소해 열대 지역 구름 양이 줄어들고 도달하는 일사량이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로 인해 열대지역의 온도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교신 저자인 말테 스터커 하와이대학교 조교수는 "기존 모형들은 전지구에 동일한 농도의 이산화탄소를 가정했었다"며 "서로 다른 지역들을 구분해 지구온난화가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동 저자인 악셀 팀머만 단장은 "이번 연구는 향후 아열대 지역인 중·남부 아시아, 미국 남부 등의 온실기체 감소가 열대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앞으로 온실기체 외에 대기 질이 미치는 영향을 추가로 연구해 이같은 상관관계를 보다 명확히 밝힐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참고자료##
- Stuecker,M. F. et al., "Strong remote control of future equatorial warming by off-equatorial forcing", Nature Climate Change(2020)